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_ [무라카미 하루키]

2025. 2. 11. 17:58TokkiSea/Tok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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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하루키책.

그리고 말들이 많은 책.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를 남겨봅니다.

 

이 책을 약 60% 정도 읽었을 때는 화가 났다.

우선, 같은 문장의 반복이 너무 많았다.

처음엔 하루키가 쓴 글이니, 그 반복이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읽어 나갔으나,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하루키가 하고자 하는 말도 이해가 안 되고,

여자아이에 대한 묘사가 너무 하루키의 옛 소설 같아서 

하루키의 신작을 기대한 사람입장에선 조금 지루한 감정도 있었다.

같은 것의 반복 같은 느낌. 

그리고 장소에 대한 묘사. 

무언가  꿈 속의 장소를 더듬어 보는 듯한 느낌의 

단순한 묘사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이 마음에 걸렸다.

커다란 심상만 있는 묘사.

나를 소설 속으로 데려가지 못하는 그런 묘사였다.

읽으면서 시간이 아깝다는 기분마저 조금씩 들었다.

이게 약 60%를 읽었을 때의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나의 기분과 생각은 달라졌다.

다 읽고 나서의 감정은 너무 좋았다 까지는 아니지만, 괜찮았다.

그가 여기서 하고자 한 말이 어떤 것인지.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졌다.

내가 생각한 이 책의 이해는 글을 쓰는 소설가의 마음으로 

해석되었다.

내가 글을 쓸 때,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그 세계가 때론 더 현실 같고,

지금이 가상 같으며.

상상의 세계에 몰입해 있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그것이 꿈이었는지 

내가 직접 겪은 일인지. 아니면 그냥 나의 상상이었는지 모호해지는 경험.

너무 깊게 어떤 걸 생각하다 보면, 생생한 꿈을 꾼 듯 우리는 그게 진짜였는지

헷갈리지 않던가.

그래서 나의 느낌 속 그 소녀는  ‘소설’이며,

벽은 ‘자신이 만든 소설세계’이며,

도서관 관장은 ‘본인이 그리는 현실 속 미래’,

그리고 옐로서브마린 소년은 

‘자신처럼 소설의 세계로 빠져들 다른 젊은 소설가’로 해석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글을 다시 생각해 본다.

 

여자아이의 그 진부 한듯한 묘사는 처음 하루키 소설의 글과 닮았다.

새로 글을 쓰면서 바꿀 수 있었으나, 하루키는 

그 처음의 자신의 심상을 바꾸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처음의 마음. 첫사랑. 첫 소설

진짜 그녀가 사는 곳은 상상 속의 그 세계 벽으로 쌓인 그 장소.

글을 쓰며 그 인물을 자세하게 생각하면,

그 인물이 글의 다음의 내용을 알려주기도 한다는 소설가들의 

이야기처럼.

그 둘은 그 세계를 같이 상상한 것이 아닐까.

 

처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속에 생각한 문장이 있다.

그건 표지 뒤에 쓰여 있는 작가의 말이다.

“ 이 작품에는 무언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처음부터 그렇게 느껴왔다!”

그가 말하고자 한건,

소설가로서의 마음이 아닐까.

본인과 소설과의 세계를 글로 쓴 게 이 소설이 아닐까 싶다.

책에는 굵은 폰트로 쓰인 글 들이 몇 있다.

그중 글의 초반에 등장하여 거의 마지막에 굵은 폰트로 다시 등장하는 글이 있다.

‘ 그런 시간에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이름이 없다.

열일곱 살과 열여섯 살의 여름 해 질 녘,

강가 풀밭 위의 선명한 기억 - 오직 그것이 있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 위에 하나둘 별이 반짝일 테지만,

별에도 이름은 없다. ‘

이 글을 보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 이 떨 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작가가 상상하는 세계.

그리고 그것에 이름을 주는 작가.

그리고  그 글을 읽는 독자.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공간을 보내며,

서로의 상상과 세계를 알지 못한다.

누군가의 발현된 상상은 타인으로 인해서야 현실이 되는

현실은  어쩌면, 상상과 같은

불확실한 벽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인간’ 

사람 ‘인’ 사이 ‘간’의 인간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다른 사람으로 인해 이름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구성에서 보자면, 

마지막 작가후기를 보면 내가 초기 60% 읽으며 느꼈던 것 들을

집필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과정으로 인해서 인지 책 전반에 반복되는 글과 내용.

그리고 뭔가 정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가시처럼 남아 있던 글을 해결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과 그 결과에 대해서 나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

결국 내가 글을 읽으며 내내 마음에 떠올렸던

하루키의 말이 이 책을 다시금 이해하게 해 준다.

“이 작품에는 무언가 나에게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처음부터 그렇게 느껴왔다!”

뭔지 모르겠지만 써야겠다는 그 마음.

뭔지 모르겠지만 해봐야 알겠다는 그 마음.

소설가의 마음을 담은 .

 

 

 

[하단의 몇 페이지를 보며, 책을 읽을지 고민하시는 마음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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