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7. 21:58ㆍTokkiSea/Jeju Story
제주 정착 시 많은 도움되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1편에 이어서
그렇게 눈 꼽아 계약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데
뜬금없이 부동산 중개인이 이상한 말을 전달한다.
해당 매물 안쪽에
추가 100평대의 지목이 "전"인 땅을
같이 팔아야 한다고 한다.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니
총 200평 중반인 전체 땅을 팔기 힘들어서
앞부분만 먼저 팔려고 했던 모양이다.
계약 이후 집주인이 계속 생각해봤던 모양인데,
앞부분을 먼저 팔아버리면 뒷부분은
"맹지"
가 돼서 가격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이란다.
사실 이건 부동산 중개인도 예상했던 내용인데
좋은 기회이니 어서 계약을 하라고 했었다.
이대로 앞 땅만 먼저 샀다면 뒤땅은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상황이 될뻔한 것이다.
집주인은 두 땅 합쳐서 2억대 중반까지
가격을 올렸고 결국 기존 계약은 파기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이쁜 돌집을
놓치기 싫어서 다시 최대한 돈을 모아봤다.
중개인은 뒤 땅을 향후에 구매하기로 약속하고
먼저 구매하는 것도 제안을 했다.
무리한 계산을 해보는터라
이번에는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를 해봤다.
동네 사람들에게 동네 분위기를 물어보고,
서류상의 지적면,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도 확인하고,
관련 법/관행에 관한 글도 찾아봤다.
미등기 건축물과 불법 건축물차이는
건축물대장이 있고 등기부등본에는
등재가 안되어 있으면
미등기 건축물이고,
불법 건축물은
집주인이 신고 없이 임의로 지은 집이다.
그래서 건축물대장도 없고 당연히 등기부등본에도
등재가 안되어 있다.
그렇다면 양성화를 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동네분이라면
돈 몇십~백만 원으로 쉽게 양성화가 되나 보다.
또한 불법 건축물이라도 건축사무소에
지금 집 그대로 설계도면을 만들어서
건축물대장에 등재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집주인은 젊은 서울 사람이고,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았고
몇 년 전에 이 집을 구매했던 것으로 보아
투자용이나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 같았다.
지적도도
자세히 살펴보는데
본체 집이 옆 땅을 반이나 침범하고 있는 큰 문제가 있었다.
옆 땅 주인에게 땅 좀 팔라고 하면
적절한 가격으로 살 수는 있을까?
당장 양성화하고 리모델링해서 쓸려면
집을 반이나 잘라야 하는 상황이고
옆 땅을 산다면 10평 넘게 사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 건물을 제외한
모든 빈 땅에는 마늘밭이었고
누가 농사를 짓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남의 농작물이 자신의 땅에 심겨 있어도
뽑지 못하는 법이 있고,
농사지은 사람조차 수확시기가 아니면 뽑을 수 없단다.;;
아무리 따져봐도 골치 아픈 게 너무 많다.
꼭 사겠다는 눈먼 생각으로 구매하려 했으나
파면 팔수록 골치 아픈 게 계속 나오는 집이었다.
이 집을 산다면 3년 넘게 고생해야 멀쩡한 집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집을 허물어야 하는데
그런 거라면 뭐하러 이런 돌집을 사는 건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돌집을 갖는다는 큰 희망과 꿈이 사라지고,
눈물 흐를 정도로 너무 속상하고
아쉬우면서 또다시 고민하고 체크하고 지인에게 물어보고....
결국 방법이 없었다
.
괜히 집주인도 미웠고
부동산 중개업자도 미웠다.
이 사람들이 짜고 사기 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큰 꿈이 사라지고 몇 주 동안 계속 우울하고 속상했다.
이후에도 이 부동산 중개업자가 여러 매물을 소개해줬는데
우리가 이 폐가를 마음에 들어해서 인지
돌집이 아닌 그냥 폐가만 계속 소개해준다.
가격은 싸지만 평수도 너무 작고 깊은 산속이나
허허벌판 평지, 다른 집 사이와 큰 도로 모퉁이에
붙은 폐가들이다.
이런 집들은 나중에 지적도 정리당하면
20평도 안 되는 땅 모양들이다.
우울함을 달랠 겸
또 다른 집을 찾아서 방문해본다.
다섯 번째 집
저지리 2억대 초반 300평 조금 안 되는 구옥 2채,
돌 창고 1채, 수많은 귤나무, 멋진 동백나무,
집 한 채를 감싸는
엄청난 크기의 귤나무 집!
이 집은 아주 넓은 땅에
잘 가꿔진 귤나무가 매력적이고
부뚜막에는 당장 아궁이 불을 피울 수도 있는
재밌는 곳이었다.
이 집도 꼼꼼히 확인했는데
다행히 미등기 건물 1채만 있고,
집주인이 동네분이라 양성화가 쉽게 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 건물도 귀퉁이 일부가 잘려나가야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 무시할만하다.
도로 관련 문제가 있는데
3미터 이상 도로까지의 거리가
50미터가 넘었고 집으로
이어지는 1.5미터도 안 되는 좁은 길은
건축허가는 당연히 나지 않고,
카페나 상가 건물 허가도 어렵다고 한다.
*** 1년 이후 다시 방문했는데 이곳은 다른 분이
이 집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집까지 3필지를 매입한 것 같았다.
한참 공사 중이었고 놀랍게도 진입로 1.5미터도 안 되는 길이
넓혀져 있었다. 2021년 제주도는 현황도로 정리 사업을
하고 있었다. ***
그래도 조그만 가계나 게스트하우스를 하면 되겠지 하겠지만
이곳의 가장 큰 문제 다른데 있었다.
다름 아닌
축사 냄새
가 심하다.
엄청난 바람이 부는데도
얼핏 얼핏 나는 이 "똥" 냄새는 소 축사 냄새였다.
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이 냄새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관광객은 그냥 시골 냄새려니 한단다.
에휴...
그래 멀쩡하고
이렇게 땅도 크고 좋은 집이
싸게 나오는 이유는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묶었던 게스트하우스에 방문해서
몇 가지 물어본다.
게하 주인도
비 오는 날 축사 냄새는 화가 날정도라고 한다.
평생의 큰돈을 쓰는 건데
신중히 하라고 한다.
아니 그냥 하지 말라고 하신다.;;;
(이 당시 게하 매물을 내놓으셨고 이사 간다고 해서 지금은 계셨는지 모르겠다.)
문제의 축사를
직접 찾아가 봤더니
건물 수준의 축사 분변 무덤에다가
빗물 통로에는 오수가 그냥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닌가!!
소 축사 옆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닭 축사도 있다.
제주도의 축사 정책은
이런 곳을 정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정비를 하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이 민원신청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축사 주인은
동네에서 정 많은 이웃 할아버지이고
서로 친해서 아무도 민원을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 들어오는 육지사람들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는 영락리 돌집 폐가와
똥냄새? 저지리 귤나무 집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다른 집들은 더 봤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이상하게 리모델링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집들 뿐이었다.
대출로 사두고
나중에 리모델링하자고 사려고 달려들었으나,
문제 있는 집을
구매해버리면
평생 모은 전재산을 버리는 격에
더 벌어서 갚아야 하는 악몽이 될 것이다.
우리 둘은 결정 못하고
잊어버리지도 못하고를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아쉬웠다가 또 고민하고를 반복한다.
우리는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매물을 찾아본다.
여섯 번째 집
50평대 대지, 13평대 본체,
3평대 다용도실, 6평대 돌 창고, 푸세식 외부 화장실,
그리고 바다 접함!!
교차로, 오일장 신문에 사진도 없고, 주소도 없고,
설명도 없는 집까지 모두 찾아보다가
최신 매물 중 구좌읍에
"바다 접"이라는 매물을 찾게 되었다.
아무런 사진도 위치도 없고
"ㅇㅇ리 바다 접 50평대"
라는 식의 한 줄이 끝이다.
부동산에 문자로 주소만 물어본 후
다른 그 어떤 절차도 말도 없이
저녁인 지금 바로 회사에 연차 통보하고
가장 빠른 시간의 비행기와 렌터카를 예약하고
빛의 속도로 순간 이동한다.
도착하자마자
부동산에 집을 보겠다고 했더니
엄청 어이없어하시면서,
이 집은 누군가 아직 거주 중이고,
동행해야 하는 곳이라고 마구 화를 내신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중개인의 태도가 놀랍기도 하지만
이 사람은 서울 부동산 중개인이고
제주 매물은 얼마 안 해본 분 같았다.
제주를 모르시네 ㅋㅋ;;;;
사정사정해서
옆집 할아버지, 할머니 도움으로
겨우 집을 확인했고,
중개업자도 조금은 수긍하는 눈치였다.
집이 정말 바다에 접해 있었다.
창문에서 1미터 정도 앞이 바로 바다고
창고는 그냥 바다 위에 있는 건물이었다.
계다가 이 집주인은 양성화를
한 달 전에 3채 모두 다 해두어서
서류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집이었고
그냥 살기엔 곰팡이가 좀 많긴 하지만,
조금만 리모델링해도 괜찮을법한 집이었다.
이곳의 문제는
지금까지 봤던 집과 별 차이 나지 않는
높은 가격인데도 땅 크기가
50평밖에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저지리의 축사 냄새 귤나무 집,
영락리 돌집을 아직 포기한 상태가 아니어서
우리는 산과 바다, 돌집을 선택해야 했다.
300평 산 + 축사 + 좁은 도로 + 양성화 필요 vs
바다 접 50평 집 vs
귀한 토종 돌집 200평 중반 + 수많은 문제 집
중에 선택해야 한다.
가격은 다 비슷하다.
우리는 서로 소리 없이
서로 눈만 한참 쳐다본다.
그리고 장점보다 단점을 줄줄이 읊으면서
가장 이득인 것을 생각해본다.
바다 집은
침수, 태풍, 염분, 바람 피해가 예상되고,
저지리 산집은
엄청난 벌레, 축사 냄새와
상업시설 불가능, 약간의 양성화 작업이 예상된다.
영락리 돌집은
집 잘림, 옆 땅 구매하기, 풀 리모델링하기
농사 주인 찾아서 다음 농사 제지하기
뒤땅 추가 구매하기
돌집은 허허 밭판중간에 있는 집이라
조용하지만 너무 조용할 것 같은 것도 걱정이다.
바닷가 집은 내가 어릴 적에
10년 넘게 살아봐서 바다에 대한 피해와
장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조금 더 끌린다.
우리의 선택은 결국 선택은
!! 바다 집!!
뭐 그렇겠지만 딱 구매하는 그 시점에는
엄청난 환상과 계획과 꿈들을 그리게 된다.
바다 집은 장점이 훨씬 많은 이점이 있었다.
중개업자에게 계약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런데 중개업자가 계약금을 받지 않는다;;
'TokkiSea > Jeju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정착기 6 - 천장, 내부 목공 (0) | 2020.06.17 |
---|---|
제주정착기 5 - 측량 경계 담 전쟁 (0) | 2020.06.04 |
제주정착기 4 - 지붕, 창문 (0) | 2020.06.01 |
제주정착기 3 - 리모델링 시작 (0) | 2020.05.29 |
제주 정착기 1 - 제주 집 찾기 (0) | 2020.05.27 |